며칠 전 미국이 WHO 분담금 일부를 동결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부터 이어져 온 불만 표출 방식인데, 이번에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WHO의 대응 평가와 맞물려 있다. 사실 국제기구의 예산 문제는 항상 그런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나는 자영업을 하면서도 가끔 국제기구 관련 뉴스를 챙겨보는데, 그 이유는 이 기구들이 할당하는 예산 하나하나가 결국 국제 정치의 축소판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유엔 평화유지군 예산을 둘러싼 회원국 간 갈등은 매년 반복되는데, 이는 단순한 재정 문제를 넘어 각국의 전략적 이해관계가 반영된 결과다.

WHO의 예산 구조를 간단히 살펴보면, 회원국 분담금과 자발적 기여금으로 나뉜다. 분담금은 각국 GDP에 비례해 책정되며, 미국은 전체 분담금의 약 22%를 부담하는 최대 기여국이다. 미국의 분담금 동결은 WHO 운영에 직접적 타격을 준다. 한국일보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의 분담금 지연이 길어지면 WHO는 긴급 의료 프로젝트를 축소하거나 직원을 감축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2020년 미국이 분담금을 동결했을 때 WHO는 말라리아 퇴치 프로그램 예산을 20% 삭감한 바 있다. 이는 아프리카 지역에서 연간 수천 명의 사망자 증가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결정이다.
물론 미국의 입장도 이해할 수 있다. WHO의 중국 의존도가 높아지고, 팬데믹 초기 중국에 대해 너무 미온적이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문제는 이렇게 예산을 무기로 삼는 방식이다. 국제기구는 기본적으로 회원국의 신뢰와 협력 위에 작동하는데, 주요 기여국이 예산을 볼모로 삼으면 조직 전체의 독립성이 훼손된다. 나는 이 점에서 항상 아이러니를 느낀다. 예를 들어, 2018~2019년 미국이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 구호 기구(UNRWA) 예산을 전격 삭감했을 때, 해당 기구는 교육과 의료 서비스를 대폭 축소해야 했다. 결국 이는 중동 지역의 불안정을 가중시킨 요인 중 하나로 평가된다.
한편, WHO는 2024~2025년 예산 약 68억 달러 중 80%를 자발적 기여금에 의존하고 있다. 자발적 기여금은 대개 특정 사업에 묶여 있어, WHO의 전략적 자율성을 제약한다. 예를 들어, 어떤 국가가 말라리아 퇴치 사업에 돈을 주면 그 돈은 말라리아 외에는 쓸 수 없다. 이 결과 WHO는 가장 시급한 보건 과제보다는 기부국의 관심사에 더 좌우된다. 실제로 2021년 WHO 예산 중 70% 이상이 소아마비, HIV/AIDS 등 특정 질병에 할당되었고, 팬데믹 대비나 항생제 내성 같은 범분야 과제는 상대적으로 소외되었다. 이런 불균형은 글로벌 보건 거버넌스의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주요 원인이다.
이런 예산 불균형은 특히 저개발국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WHO의 기본 의료 지원 없이 팬데믹에 대응하기 어렵다. 사실 WHO의 역할 중 가장 중요한 것은 표준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인데, 예산이 불안정하면 이마저도 흔들린다. 코로나19 백신 불평등이 대표적 사례다. 2021년 WHO가 주도한 COVAX 계획은 목표 대비 백신 공급량이 30%에도 미치지 못했으며, 이는 자발적 기여금의 불확실성과 주요국의 자국 우선주의 때문이었다. 그 결과 저소득국은 고소득국보다 백신 접종률이 10배 이상 낮은 격차가 발생했다.
최근에는 WHO 개혁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는 분담금을 늘리고 자발적 기여금 비중을 낮추자는 제안을 했다. 하지만 중국은 이에 소극적이다. 중국은 WHO 내 영향력을 유지하면서도 분담금 증액은 거부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인다. 위키백과의 WHO 예산 문서를 보면, 중국의 분담금 비율은 2015년 5%에서 2023년 12%로 증가했지만 여전히 미국에 크게 못 미친다. 더구나 중국의 자발적 기여금은 대부분 자국 기업이나 기관이 수행하는 사업에 묶여 있어, 실질적인 WHO의 재정 자율성 확보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있다.
사실 국제기구의 예산 문제는 단순한 숫자 놀음이 아니다. 각국이 기여하는 금액과 조건은 그들의 외교 전략과 직결된다. 예를 들어, 일본은 유엔 분담금 2위 국가인데, 자주 예산 삭감을 위협하며 안보리 개혁을 요구한다. 이런 패턴은 WHO뿐 아니라 유엔 산하기관 전체에서 반복된다. 2022년에는 일본이 유엔 평화유지군 예산의 10%를 차지하면서도, 자국이 원하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이 지연되자 분담금 증액을 거부한 사례가 있다. 이처럼 예산은 국제기구 내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핵심 수단으로 활용된다.
또 다른 예로, 2023년 미국은 WHO 예산 동결과 별개로 세계은행의 기후 변화 기금에 대규모 자금을 약속했다. 이는 WHO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면서도 자국의 우선순위인 기후 문제에 집중하겠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이러한 선택적 기여는 국제기구 간에도 예산 경쟁을 유발하며, 글로벌 거버넌스의 조각화를 심화시킨다.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국제기구가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지방 소도시에서 자영업을 하는 나에게도, WHO가 발표하는 감염병 정보나 백신 승인 기준은 장사에도 영향을 준다. 팬데믹 때 마스크 수급이 얼마나 중요했는지 떠올려 보면, 국제기구의 예산이 단절된 세계는 상상하기 싫다. 예를 들어, 2020년 초 WHO가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지 않았을 때 나는 혼란을 겪었고, 이후 권고가 바뀌면서 재고 관리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는 WHO의 예산 부족이 신속한 의사 결정을 방해한 결과라는 분석이 있다.
결국 국제기구의 미래는 회원국들의 진정한 협력 의지에 달려 있다. 예산을 무기로 삼지 않고, 지속 가능한 재정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발적 기여금 비중을 낮추고 분담금을 현실화하는 개혁이 필요하다. 또한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여 기여국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WHO는 2023년부터 예산 사용 내역을 실시간 공개하는 시스템을 도입했지만, 아직 많은 회원국이 이를 충분히 활용하지 않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국제기구의 위기가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각국이 예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는 과정에서 새로운 협력 모델이 탄생할 수도 있다. 다만 그 시간이 너무 길어지면, 이미 지체된 글로벌 보건 과제들이 더 악화될 것이다. 2024년 WHO 총회에서 논의된 ‘팬데믹 조약’이 예산 문제로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은 이러한 우려를 현실로 만들고 있다.
이 글이 누군가에게는 다소 딱딱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국제기구의 예산 이슈는 생각보다 우리 생활과 밀접하다. 앞으로도 이런 주제를 꾸준히 들여다보려 한다.